주말을 맞이하는 한가한 금요일 저녁, 게다가 밖은 태풍이 올라온다던가 비가 쏟아지고 있다.
딱히 불러주는 곳도 없으면서 하는수 없다는듯이 기숙사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영화를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P2P를 뒤졌다.
밀양을 볼 생각이었는데 무슨 힘에 끌렸는지 이 영화를 다운(죄송;;)받아 버렸다.
좋지 아니한가(家)아주 절묘한 제목 아닌가. 영화의 주제와 분위기를 그대로 나타내는 그런 제목.
아무런 정보도 없이 본 영화인데 보다보니 이 영화 블랙코미디더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시니컬한게 코미디 요소만 빼고 보면 '바람난 가족'과 비슷한 분위기다.
영화보는 내내 웃겨서 웃기는 하는데 조금은 씁쓸함도 베어있는 웃음이었다.
그래도 이 영화, 딱 내 스타일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스타일은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에서) 리얼한 우리 삶속의 이야기를 하고있고, 대사속에 영화의 뚜렷한 주제의식이 박혀있어서 대사 하나에도 긴장하고 볼 수 있는 영화, 그리고 영화 주변의 사물과 배경을 통해 주제를 나 스스로 찾아볼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주는 그런 영화다.
다 쓸 수 없지만, 밥솥, 달, 강아지, 핸드폰 줄, 책제목 등등등 수많은 사물과 배경속에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요소가 숨어있다.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요소를 찾고 내 느낌을 각각에 붙여주는 것, 내가 영화보는 재미로 꼽는 요소중에 하나다.
내 스타일에 정확이 들어맞았다고 생각되는 그런 영화였다.
좋은 작품을 대하고 난 뒤의 기쁨같은 것이 느껴졌다.
영화의 대사처럼 '우주의 외로운 섬 지구'와 달의 관계, 그리고 그 달의 존재가 바로 이 영화의 맥이다. (내생각) 영화에는 계속해서 달이 등장한다. 김혜수가 들고 등장하는 무협지 제목 조차 월하연정(月下戀情)
영화 중간쯤에 박해일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달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공감되었다.
달의 뒷면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생각해 볼 요소가 많았다. 지구에게 한번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달의 뒷면을 통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1. 안타까웠던 부부싸움의 장면. 내가 밥짓는 기계냐고 소리지르던 엄마의 채워지지 못한 욕구가, 내가 돈버는 기계냐고 소리지르던 아빠의 채워지지 못한 욕구가 달의 뒷면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봤다. 서로 공감하지 못하지만 각자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2. 뚜껑이 떨어져서 밥짓는데 문제가 있던 밥통은 아빠의 낡은 허리띠를 고정시킴으로써 그동안 이 가정의 밥을 지어온 것이었다. 뚜껑 떨어진 밥솥과 낡은 허리띠는 엄마와 아빠가 가진 달의 뒷면으로 해석이 되었다. 그렇지만 두 달의 뒷면은 적당한 힘으로써 지구(평화)를 떠받들고 있었다. (영화를 봐야 이해할 수 있는 설정)
(덤. 잠시의 일탈을 경험한 엄마가 밥통 새로 사자!를 외치지만 영화 후반부에 보면 커피자판기(?)와 함께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음을 알 수 있다.)
3. 섬뜩했던 장면. 그리고 웃었지만 시니컬한 웃음이 터졌던 장면.
4. 조금 스포일러인가.. 그렇지만 영화의 핵심장면이라 할 수 있다.
5. 역시나 위장된 평화가 존재하는 가정. 남편이 바람핀다는 것때문에 점집까지 찾은 여자가 위기상황에서는 단합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영화의 총평은 주제의식이 내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뚜렷해서 좋았고, 생각할 공간이 많아서 좋았고, 감정을 대입할 여백이 많아서 좋았다. 그렇지만 결국 욕구를 억누르고 살 수 밖에 없는 엄마와 아빠에 대한 매듭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별로였다. 엄마가 사랑받고 싶은 욕구, 아빠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해결될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요즘 읽고있는 비폭벽 대화법이게 이 가정에 필요할 듯. ㅋㅋㅋㅋㅋㅋㅋ
덧) 영화감독 알고 봤더니 말아톤을 만든 그 감독이었다는 사실. 이 영화 괜찮은데 흥행참패한 이유가 영화속에 '말아톤'이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말해도 될까나. 사실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짙은 인간에 대한 감동은 없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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